10월 9일 조선일보/김동진회장님의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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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 조회 2,213회 작성일 20-11-10 14:30본문
■ 헐버트 박사와 한글날
• 전 세계에 처음으로 한글 우수성 알린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이방인 한글날 562주년을 맞아 한글을 누구보다도 사랑한 한 이방인을 소개한다. 바로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다. 미국의 버몬트주에서 태어난 그는 우리나라 정부가 세운 최초의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의 교사로 초빙되어 1886년 7월 4일, 23세 약관의 나이로 한국 땅을 밟았다. 육영공원은 1882년 한미통상수호조약에 이어 1883년 미국공사관이 설치되면서, 서양식 교육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고종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정부의 젊은 관리와 양반집 자제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 학교.
헐버트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한글을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해 각고의 노력으로 내한 3년 만에 한글을 깨치고, 세계지리와 천체현상, 각국의 소개 등을 담은 지리, 사회, 과학 총서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를 만들었다. 이 교재는 1891년 사민필지(士民必知)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는데, 학교 교재용뿐만 아니라 당시 서양을 몰랐던 우리 국민들에게 세계로 눈을 뜨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사민필지는 무릇 사람은 이 정도의 기본 지식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 책 서문에서 헐버트는 "자신들이 만든 이렇게 좋은 글이 있는데도 어찌하여 한국민들은 한글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지식층에서는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을 업신여기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헐버트는 한국 생활이 계속될수록 한국의 문화 특히, 한글에 심취했다. 1892년에 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영문 월간지인 Korean Repository 창간호 첫 장에서 헐버트는 Korean Alphabet이라는 제목의 한글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한글에 대한 많은 논문을 기고하는데, 그는 특히 중국어, 일본어, 이두 등과 비교하면서 한글은 한국인이 직접 만든 독창적인 글이라고 칭송했다.
나는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에서 헐버트 박사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협회 1892년 연례보고서(Annual Report, Smithsonian Institute)에 The Korean Language라는 제목으로 특별 기고한 논문을 찾아냈다. 이 연례보고서는 미국 의회와 대통령 및 행정부에 보내진다. 기고 마지막 부분에서 헐버트는 "한글은 대중언어의 매개체로서 영어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쓰고 있다. 아마 이 기고문은 한글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린 최초의 논문일 것이다. 그는 고종에게 한글 보급 운동본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글의 우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제시대 때 교육을 못 받은 우리 부모세대가 빠른 시간에 문맹을 탈출하고, 우리나라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도 모두 한글의 간편성 덕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누구보다 일찍이 국내외에 소개했고, 한글 애용을 주창했던 120년 전 이방인 선각자 헐버트 박사에게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김동진·헐버트박사 기념사업회 회장·SC제일은행 부행장
(자료실에 조선일보 원본/신문파일을 올려놓았습니다)